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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매디간 재판

지난 20여년간 시카고에서 진행된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재판을 꼽으라면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에 대한 부정부패건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현직에 있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었다. 아울러 주지사 재임 당시 부정으로 인해 구속되고 주의회에서 탄핵됐으며 재판에 회부돼 유죄를 판결받는 등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아침 조깅을 마치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현역 주지사를 체포해 구속시킨 일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일에 대한 배경으로는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짧은 시간내 일리노이 최고 정치 권력자에 오른 주지사에 대한 견제였다고 보는 측면도 있었지만 현역 주지사가 체포되고 기소된 뒤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된 것은 어찌됐건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었다.     조지 라이언 전 주지사의 재판의 경우 역시 부정부패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임기가 끝난 후 재판을 받았고 부정부패 혐의 역시 그가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주지사직에 당선되기 전에 역임했던 총무처 장관시 행태가 문제가 됐던 것이 차이점이었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연방 상원 자리를 주 헌법에 따라 주지사가 임명할 수 있게 되자 자신에게 유리한 인물, 자신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하고자 나눈 대화가 도청되고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자 큰 파장을 불러 왔다. 그 유명한 ‘Fxxxxxx golden’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결국 로드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유죄가 확정돼 콜로라도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오랜 수감 생활 끝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돼 출감할 수 있었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와 버금가는 재판이 있다면 에드워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에 대한 부정부패 재판 역시 파급력이 컸다. 버크 전 시의원은 시카고 시의원으로 그 누구보다 오래 재임했으며 시의회 재정위원장을 오랫동안 장악하면서 시의회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인으로 군림했다. 리차드 데일리, 람 이매뉴얼, 로리 라이트풋 시장도 모두 버크 전 시의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버크 전 시의원도 자신의 법무법인을 통해 이권을 챙기고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사업가의 편의를 봐주는 댓가를 챙겨주는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이 재판에서도 역시 ‘Tuna’로 통칭되는 이권 거래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며 시카고 정치권이 커튼 뒤에서 어떻게 이득을 챙기는지 알려지게 됐다.     이 두 재판을 넘어서는 재판이 있다면 8일 시작된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에 대한 갈취 재판이다. 1942년생으로 올해 82세인 매디간 전 의장은 1971년부터 2021년까지 시카고 시 남서부 지역을 지역구로 하며 주하원으로 활동했다. 주의원으로 재임하면서 1983년부터 2021년까지 2년을 제외하고는 하원 의장을 독차지했다. 그 오랜 기간 주의회의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나 불법이 없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결국 매디간 전 의장은 10년 이상 뒤를 캔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대니 솔리스 시카고 시의원이 연방 수사국에 수사 협조를 하는 순간 매디간 전 의장이 컴에드와 AT&T와 같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증거가 포착됐다. 또 구 중앙우정국 건물 재개발을 추진하는 업체가 자신의 법무법인을 사용하게 하는 댓가로 편의를 제공하는 장면도 동영상과 음성으로 확보됐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재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재판에서 중요한 사항은 댓가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매디간 전 의장측이 부정한 거래를 한 것은 이미 많은 증거를 통해 확인됐지만 이를 통해 어떤 댓가가 오고 갔으며 어떤 이익을 취했는지를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단에게 설명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과정이 10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매디간 전 의장에 대한 재판은 일명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다. 그가 재임한 기간과 그가 일리노이 정계에서 끼친 영향력, 이 재판이 끼칠 파괴력 등을 감안하면 이를 능가할 재판이 적어도 지난 100년간 일리노이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컴에드와 AT&T 경영진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됐거나 되고 있으며 비서실장과 로비스트 등 그의 심복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이미 많은 증거들이 확보됐고 공개된 바 있다. 그나마 매디간 전 의장측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근 연방 대법원에서 확정된 뇌물죄 관련 판결이 있지만 이 역시도 재판 담당 판사가 기각 요청을 거부하고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결정할 때 참고 사항으로만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매디간 전 의장측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공직자에 대한 부정부패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은 형량을 엄격하게 적용하곤 한다.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주민들의 세금을 사용하고 유권자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확보한 공권력을 집행하지만 이를 남용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죄를 더욱 무겁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와 버크 전 시의원,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을 통해 일리노이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는 자못 무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기존 정치권이 부패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는 이런 구태 정치가 다시는 재현되면 안된다는 입장에서 이번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재판 부정부패 재판 재판 과정 주지사 재임

2024-10-09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팀 메이프스 재판

일리노이 주 정계의 부정부패 실상을 그대로 보여줄 재판이 시카고에 위치한 북일리노이 연방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된 팀 메이프스라는 인물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올해 68세인 메이프스가 재판에 회부된 이유는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3월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주 하원 의장의 로비스트이자 절친인 마이클 맥클레인 재판에서 맥클레인과 매디간 의장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서 모른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이 연방 검찰의 입장이다.     사실 당시 재판에서 메이프스는 검찰과의 합의를 통해 죄를 추궁 받지 않는 조건으로 증언자로 나선 것이기에 그가 위증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것은 꽤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판사가 배심원 앞에서 위증을 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의를 주긴 했지만 검찰과의 합의가 깨질 만큼 큰 위증을 했다는 것이 이번 메이프스 재판의 본질이다.   메이프스는 매디간 전 의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비서실장 뿐만 아니라 일리노이 민주당의 사무총장과 주 하원의 서기를 지낼 만큼 매디간의 오른팔로 불렸다. 수십년간 일리노이 정계의 실세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매디간 전 의장의 오른팔이었기에 그의 재판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 역시 대단하다. 물론 메이프스 개인의 부정부패 뿐만 아니라 매디간 전 의장과 연결되는 혐의가 어떤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무엇 때문에 메이프스가 자신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디간 전 의장을 지키려고 했는지가 이번 재판을 통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매디간 전 의장에 대한 재판은 내년 봄에 시작될 예정이다. 매디간 전 의장은 갈취 혐의 등으로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메이프스에 대한 재판에서는 연방 검찰이 도청으로 확보한 대화 내용들이 배심원단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의 도청 내용에는 시카고 다운타운 남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주 정부 소유 땅이 시카고 시청 소유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녹음된 대화가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서 은밀한 거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디간 전 의장측에서 토지 소유권을 넘기는데 도와주는 댓가로 개발사로 하여금 매디간 전 의장의 법무법인에 일을 맡기는 조건을 제시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과정에는 차이나타운을 지역구로 하는 테레사 마 주 의원의 증언이 있었다. 자신에게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지지해달라는 제안이 있었는데 이를 거절했다면서 그 제안이 매디간측에서 나왔다고 실명을 공개한 것이다.     메이프스와 맥클레인 등의 매디간 전 의장 실세들은 이마 컴에드 스캔들 재판을 통해 뇌물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바 있다. 재판을 통해 컴에드사로부터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받았고 일을 하지 않아도 막대한 연봉을 받는 자리에 자신들의 심복을 심은 사실이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물론 이런 지원의 대가로 주의회가 컴에드가 요구하는 전기료 인상 등의 안건을 주의회에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호의를 받은 것이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이다.     이번 메이프스 재판을 통해서도 매디간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일리노이 정치인들이 어떤 은밀한 거래를 했는지 등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연방 검찰은 이들에 대한 도청을 시작으로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 인물에 대한 구속 수사 등을 통해 막대한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증인들로는 그렉 해리스 전 여당 원내 대표, 밥 리타 하원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카지노 관련 법안을 두고 대화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재판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배심원단 선정을 위해서 모두 56명이 인터뷰를 했다. 12명의 배심원 중에는 초음파 기술자와 방송국의 기상캐스터, 폴 발라스 전 시카고 시장 후보 지지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프스는 이번 재판이 연방 검찰이 매디간 전 의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얻어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고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자 위증 혐의를 적용해 자신을 처벌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메이프스의 주장대로 검찰이 시나리오에 맞춘 진술을 강요했는지, 아니면 매디간 전 의장이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일리노이 정치 권력을 본인들의 입맛대로 주물렀는지는 재판을 통해 어느 정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프스는 그간 일리노이에서 다수의 공직을 거치면서 연간 15만달러 가량의 연금을 받고 있다. 2018년 주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70만달러가 넘는 연금을 수령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재판 재판 과정 스캔들 재판 이번 재판

2023-08-09

[시론] 진영 싸움에 빠진 ‘리튼하우스 재판’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게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가 무죄 평결을 받았다. 평결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한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무죄가 되면 시위 때마다 총기를 든 남성이 자경단이란 이름으로 설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고 유죄이면 그를 순교자로 내세워 연방정부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의 활성화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뭉치고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극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백신접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영 싸움 속에 리튼하우스 평결이 양진영 간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대에 맞서 자경단으로 참가한 당시 17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는 총기로 두 명을 죽이고 한 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건 전말과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분명 그에게는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는 방어논리가 탄탄하게 있다. 단순히 진보적인 주류언론의 보도만 보면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난사한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한 범죄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리튼하우스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당시 의중이나 동기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한 그의 당일 행동은 정당방위로 해석될 여지가 매우 크다. 그가 백인이고 총기소지를 했다는 것외에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연결됐거나 백인우월주의라는 어떤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다.       법정에서 판사는 검찰 측에 피해자란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 배심원이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한 적당한 지시였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판사의 편향성이 드러난 대표적인 예라며 판사를 비난했다.     배심원 재판에서는 법 논리도 중요하지만 흔히 배심원에게 동정심을 더 받는 쪽이 승소한다고 한다. 양복 차림으로 출두한 리튼하우스는 이웃집 착한 소년 인상이었다. 그의 증언은 앞뒤가 일관됐던 반면 그의 총기에 피해를 입은 측은 리튼하우스만큼 동정을 받기가 어려워보였다.     첫번째 인물은 전과와 정신병 전력도 있었고 사건 당일 정신병원에서 나온 상태로 시위현장에 간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는 리튼하우스를 향해 검은색 비닐봉지를 집어던지고 도망가는 리튼하우스를 향해 쫓아가다가 총을 수발 맞았다.     두번째 인물은 리튼하우스를 향해 갖고 있던 스캐이트보드를 던졌고 리튼하우스의 총기를 뺏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리튼하우스가 쏜 총으로 사망한다.     세번째 인물은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리튼하우스를 향해 총을 겨눴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리튼하우스는 그를 향해 총을 쏘았고 팔에 중상을 입혔다.     배심원은 리튼하우스의 정당방위를 인정해주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객관적 진실은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좌파 진영에게 리튼하우스는 정당방위와 상관없이 이미 처음부터 유죄였다. 사망자 모두가 백인이라 재판 결과 불복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는 예상된다.     리튼하우스를 영웅시하는 보수우파의 움직임도 문제가 있다. 연방의원 인턴자리까지 제안했다. 선거 출마도 부추긴다.  리튼하우스는 온라인으로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단지 자기 생명과 안전을 위해 총을 사용했을 뿐이다.     리튼하우스 재판의 정치적 해석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17세 소년이 반자동소총인 AR-15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때 치안당국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윤상 / 변호사시론 진영 재판 배심원 재판 재판 과정 좌파 진영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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